[시라노 (에드몽 로스탕 저, 이상해 옮김)]
1. 리뷰에 앞서
어느 날 우연히 출근을 하다, 가로수에 붙은 뮤지컬 '시라노' 광고를 보았다.
내가 아는 시라노라면,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밖에 없었는데 뮤지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해당 작품을 책으로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연애에 서투른 남자가 한 여자와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단체가 나서서 눈에 안 띄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그런 내용으로 기억한다.
책도 비슷한 내용일까 궁금해하며, 책을 대여했다.
2. 사랑이 이뤄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줄거리
음악과 과학, 문학을 사랑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검술 실력마저 뛰어난 시라노라는 귀족이 있다. 앞서 말한 그의 엄청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가 엄청나게 거대한 코를 지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원래부터도 한 성격 하는 시라노의 앞에서 코와 관련된 말을 잘못 꺼낸 사람들은 모두 시라노에게 곤죽이 되곤 했다.
이렇게 어찌보면 괴팍한 성격을 지닌 시라노도 짝사랑하고 있는 여성이 있었는데, 그녀는 바로 시라노의 사촌 록산이었다. 자신의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외모를 추하다고 여긴 시라노는 그녀에게 표현 한 번 못해보고, 마음속으로만 열렬히 사랑할 뿐이었다. 그렇게 시라노의 짝사랑이 계속되던 어느 날, 록산과의 만남에서 시라노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했지만, 그녀가 사랑하고 있는 남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가 사랑하고 있는 크리스티앙이라는 남자는 시라노가 보기에도 너무나도 수려한 외모를 가졌기에, 시라노는 낙담을 하게 된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이 자신과 같은 군부대에 소속된 사람임을 알게되고, 크리스티앙도 록산을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록산을 위해 크리스티앙와 록산의 사랑을 응원하려던 순간, 크리스티앙이 자신의 부족한 말주변으로 인해 록산과의 사랑이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을지를 염려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의 부족한 말솜씨를 자신이 메워줄 것을 이야기한다.
시라노의 화려한 말솜씨와 크리스티앙의 수려한 외모 덕분에 크리스티앙과 록산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식을 올린 순간 록산을 사랑하고 있던 또 다른 귀족의 변덕으로 인해 크리스티앙과 시라노의 군부대는 전쟁에 배속되게 된다. 결혼식을 올린 순간에 남편의 출병 소식을 들은 록산은 사촌인 시라노에게 크리스티앙의 안전을 부탁한다.
전쟁터에서도 록산에 대한 사랑이 변함없던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하여, 매일 아침 적군 진영을 뚫고 록산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록산은 크리스티앙이 전쟁 중에도 매일 사랑의 편지를 보내고 있음에 감동하고, 직접 크리스티앙과 시라노가 있는 전쟁지역으로 찾아온다. 시라노는 그녀의 방문에 놀라, 그가 매일 록산에게 편지를 보냈음을 크리스티앙에게 알려준다. 전쟁지에서 록산을 만난 크리스티앙은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록산이 크리스티앙으로 위장한 시라노의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었고, 더 이상 외모 때문에 크리스티앙을 사랑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크리스티앙은 시라노도 록산을 사랑하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록산에게 이 모든 사실을 시라노가 직접 이야기할 것을 부탁하고 밖으로 나선다. 시라노가 록산에게 이 모든 사건의 전말에 대해 얘기를 꺼내려던 찰나, 적군의 총에 맞아 죽어가는 크리스티앙이 돌아온다. 시라노는 죽어가는 크리스티앙을 보며 절망에 빠진 록산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고, 자신도 오늘 이 전투에서 목숨을 잃을 각오로 전투에 참여한다.
그리고 14년이 지났다. 록산은 크리스티앙을 잃고 수녀원에서 그의 부군을 기리는 삶을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시라노는 그런 그녀를 14년 째 매주 토요일마다 찾아가고 있었다. 여느 때의 토요일처럼 그녀를 만나러 가던 시라노는 평소 그에게 원한이 있던 귀족의 하인에게 습격을 당한다.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그녀를 만난 시라노는 록산에게 크리스티앙이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읽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시라노는 자신이 쓴 편지였기에, 어두운 조명 아래서도 편지를 읽을 수 있었고, 이 모습을 본 록산은 그제야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록산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던 사람이 시라노였음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시라노를 불행하게 만들었음을 자책한다. 하지만 시라노는 록산 덕분에 행복한 삶을 살았음을 표현하고, 자신의 기개를 표현했던 모자 장식 깃털만을 갖고 세상을 떠날 것을 이야기하며 눈을 감는다.
3. 진정한 사랑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아닐까
시라노를 읽고 감명 깊었던 것은 록산에 대한 시라노의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자신의 추한 외모를 비관하여 자신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순 없었지만, 시라노는 록산이 크리스티앙을 잃은 후에도 항상 곁에 머물며 그녀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했다. 심지어 습격을 당해 죽어가는 상태에서도 그녀를 방문하는 모습에서는 시라노의 사랑이 얼마나 지고지순했는지를 보여준다. 록산도 처음에는 단순히 크리스티앙의 외모에 반했지만, 이후에는 (크리스티앙이라고 착각했지만) 시라노의 순수한 마음을 사랑하게 되었고, 크리스티앙 사후에는 매주 자신을 찾아와 주는 시라노에게 애착까지 느꼈다.
결국 외모를 떠나 시라노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록산에게 전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 나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줄 수 있고, 내가 지고지순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 내가 가진 외모나 재력과 상관없이 나를 믿고 같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음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전 여자친구가 현재의 아내가 될 때까지 정말 많은 힘든 일이 있었다. 전 여자친구이자 현재의 아내는 내가 남들보다 더 빨리 성취를 달성한 순간에도 묵묵히 내 옆에 있어주었고, 내가 남들보다 한창 뒤처져 부모님과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때에도 내 옆에서 나를 응원해주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내의 그런 모습을 경험하고 나니, 앞으로 내가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는 과정에서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더 큰 시련 때문에 무너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줄 사람은 이 사람 밖에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응원 덕분인지 현재는 엄청나게 잘 산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태어난 아기와 함께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행복을 누리는 삶을 지내고 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아서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만, 요즘은 남녀간의 사랑의 시작이 외모와 재력이 갖춰져야 시작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키, 생김새, 연봉, 직장에 더 나아가 부모님 직업까지 따져 사람을 등급을 매겨 같은 등급에 맞는 사람들끼리 매칭시키는 결혼정보회사도 있다. 내가 남들 결혼관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준의 사람은 아니지만, 결혼할 배우자의 외적인 조건만 충족되어도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은 단단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내적인 모습을 생각하되, 자신이 원하는 내적인 모습에 100% 충족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 상대방에게 맞춰간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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