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저, 이인규 옮김)]
1. 리뷰에 앞서,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이 소설을 학생 때에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다만, 읽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을 뿐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노인이 바다에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인 후 힘겹게 돌아온다는 줄거리는 기억났지만,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노인의 모습과 돌아오는 과정에 느낀 노인의 감정 등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이제는 나도 30대 중반이 되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본다면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2. 과욕 끝에는 허무만이 있을 뿐,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이 책의 등장인물과 사건은 간단하다. 주된 등장인물은 노인과 그 노인을 존경하고 공경하는 소년이 전부이며, 사건은 노인이 망망대해로 나가 거대한 청새치와 혈투 끝에 승리 후 험난한 길을 되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간단한 이야기지만, 주인공인 산티아고 노인이 겪은 일과 감정을 다시 읽어보니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이야기이다.
줄거리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흑인과의 팔씨름에서 꼬박 하루를 견뎌내며 승리를 거머쥘 정도로 인내심 강한 승부사 기질을 가진 노인이다.
하지만 현재는 낡은 배를 갖고 있으며, 84일째 고기를 낚지 못하는 늙은 어부일 뿐이다.
그래도 그런 그의 모습마저도 공경하고 위로해 주며 응원해 주는 소년이 있기에, 85일 째인 오늘도 노인은 바다로 나갈 채비를 한다.
비록 84일째 고기를 낚지 못했지만, 오늘만큼은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망망대해로 나선다.
기계동력장치도 없는 낡고 초라한 배를 이끌고 평소보다도 먼바다로 나간 산티아고 노인은 자신이 내린 낚싯줄 끝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이 걸렸음을 느낀다.
그 물고기가 어떤 종류인지, 얼마나 큰 지도 알 수 없었지만, 바늘을 빼려고 발버둥 치지도 않고 묵묵히 강한 힘으로 배를 견인하는 모습을 보며 물고기에게 경외심 마저 드는 노인이었다.
잠도 자지 않고 밤낮으로 힘을 쓰는 물고기를 오로지 자신의 몸뚱아리와 낚싯줄로 견뎌내는 노인은 점점 지쳐가는 한편 자신과 대결을 하고 있는 물고기에게 친근함 마저 느낀다.
마침내 물고기는 수면 위로 올라와 그 모습을 드러냈고, 노인은 자신의 배가 수용할 수 있는 크기 이상의 청새치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건재함과 가치를 증명하기 위하여 사흘 밤낮의 혈투 끝에 경외의 대상이자 친구였던 그 청새치를 죽이고 만다.
자신의 승리에 도취됨도 잠시였을 뿐 노인은 추후 닥쳐올 위험을 느끼고 있었다.
청새치와 벌인 혈투의 흔적으로 인해 수많은 상어들이 몰려올 것이 예상됐지만, 사흘 밤낮의 혈투를 벌인 노인은 상어들을 막을 충분한 도구도 힘도 없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상어들에게 청새치 살점을 뺏기고 무기였던 작살까지 잃어버리고 말았고, 이후 달려드는 상어들에게 갖고 있던 낡은 칼과 노로 저항해 보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때는 경외의 대상이자 친구였으며,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던 청새치는 어느새 살점이 너덜너덜한 바다의 쓰레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었지만 끊임없이 공격해 오는 상어들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노인이었다. 그러나 청새치의 살점을 뜯어가는 상어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는 예전과 달리 가볍게 나아가는 배를 느끼며, 부스러기라도 먹으려 달려드는 상어들에게도 개의치 않아 하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이제 집에 돌아가 침대에 눕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해안으로 돌아온 노인은 하얀 등뼈와 주둥이만을 남은 청새치를 그대로 배에 놔둔 채 침대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노인이 돌아온 것을 확인한 소년은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에게 그를 귀찮게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해안가의 사람들은 이제는 흔적만 남아버린 거대한 청새치를 구경한다.
그리고 저 멀리 식당에서 하얀 등뼈만 남아버린 물체를 보던 관광객들은 저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식당의 종업원은 '상어'라고 말한다.
3. 성과에 대한 욕심은 행동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삶의 즐거움은 주지 않는다.
산티아고는 늙은 어부임에도 사흘 밤낮을 자지 않고 청새치와 혈투를 벌였고, 상어로부터 청새치를 뺏기지 않으려 눈앞이 아득해질 때까지 안간힘을 쓴다.
무엇이 그의 원동력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성과에 대한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청새치를 팔아 돈을 벌고, 소년과 다른 어부들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다시 한번 알리고자 하는 그의 욕심이 신체적인 한계를 뛰어넘게 했을 것이다.
노인은 청새치를 잡더라도 자신의 배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결국 욕심 끝에 청새치를 잡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끊임없이 몰려드는 상어를 보고는 청새치를 잡은 것과 그 청새치를 잡기 위해 자신이 너무 먼바다를 나온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밤새 상어들에게 청새치의 모든 살점을 뜯기고 난 후에야 노인은 더 이상 청새치를 생각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을 생각한다.
자신의 과욕으로 이뤄낸 성과가 하염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노인은 허무주의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다음날 아침 소년의 진심 어린 위로와 존경으로 노인은 더 좋은 도구를 챙겨서 다시 한번 바다에 나갈 것을 생각한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삶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남들보다 더 잘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그 과정과 성취 이후의 여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욕심을 내곤 한다.
그런 욕심 끝에 성과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번아웃이 오는 경우도 많고, 달성한 성과를 유지하지 하지 못해 허무주의에 빠지곤 한다.
즉, 욕심이란 것은 삶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으나, 과욕은 진정한 삶의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는 진정한 삶의 즐거움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망망대해에서 노인이 힘든 상황 속에서 자신을 인정해 주던 소년을 계속 그리워 한 점, 허무주의에 빠져 돌아온 노인을 일으킨 것이 다름 아닌 소년의 진심 어린 위로와 존경이었다는 점을 보며, 작가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이며 삶에서 좌절을 겪더라도 다시 희망을 주는 것 역시 다른 이의 존경과 인정 그리고 위로임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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