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라마나 책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데에 반해, 영화는 재밌게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한다.
말은 그렇다고 해도 정말 재밌게 본 영화는 10편이 채 되지 않기에, 봤던 것을 3번이고 10번이고 다시 보곤 한다.
그 중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도 정말 많이 본 영화 중의 하나인데, 저번주 주말 아내와 같이 어바웃 타임을 다시 한번 보았기에, 그 리뷰를 블로그에 적어보려 한다.
어바웃 타임(About Time)
개봉: 2013.12.05.
장르: 멜로/로맨스, 코미디
국가: 영국
러닝타임: 123분
감독: 리차드 커티스
출연: 도널 글리슨(팀 역), 레이첼 맥아담스(메리 역), 빌 나이(팀 아버지 역), 린제이 던칸(팀 어머니 역), 리디아 윌슨(킷캣, 팀의 여동생 역) 등
줄거리(스포주의)
팀과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팀의 여동생인 킷캣, 그리고 팀의 삼촌은 영국 콘월에서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지내는 평범한 가족이다. 누구보다 사랑을 갈망하는 팀은 새해 전야에 파트너와의 키스마저도 자신감 부족으로 실패해버리고 마는 숙맥이다. 그런 그에게 팀의 아버지는 가족의 비밀 하나를 말해준다. 그것은 바로 팀의 가족 내력 상 남자들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옷장에 들어간 팀은 자신이 키스조차 하지 못했던 새해 전야로 돌아가, 자신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한다.
아버지는 팀에게 이 능력을 어떻게 쓸 것인지 물어봤고, 팀은 사랑을 위해 쓰겠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의 여동생인 킷캣의 남자친구의 친척인 샬럿이 팀의 집에서 1달을 지내게 된다. 팀은 그녀의 모습에 반했고,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되돌린다. 하지만 수 없이 시간을 되돌렸음에도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던 팀은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얻을 수 없는 사랑이 있음을 알게 된다.
팀은 이제 고향 콘월을 나와 런던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고자 한다.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밥을 먹는 블라인드 카페 내에서 한 여성과 이야기하며 사랑에 빠진 팀. 블라인드 카페에서 나와 밝은 곳에서 맞이한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팀은 그녀의 번호를 저장하며,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이름인 메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메리와 사랑에 빠진 팀은 들뜬 기분으로 집에 돌아온다. 하지만 그의 룸메이트는 그와는 달리 최악의 하루를 보내고 온 상태였다. 극작가인 그의 룸메이트는 대본을 제대로 외우지 못한 배우의 실수로 인해 자신의 역작을 망쳤다며 인생을 한탄하고 있었다. 룸메이트의 낙담한 모습을 보고, 팀은 시간을 되돌려 배우의 실수를 만회시키고, 성황리에 룸메이트의 작품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돕는다.
팀은 다음날 아침 룸메이트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다 문득 메리의 전화번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을 되돌리면서 메리와의 만남도 없어진 것이었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 메리와 처음 만났던 블라인드 카페에 가보지만, 그녀의 전화번호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녀가 '케이트 모스'의 엄청난 팬임을 기억해 낸 팀은 케이트 모스 전시회에서 무작정 메리가 방문하는 것을 기다린다. 그녀를 기다린 지 며칠이 지났을까 드디어 팀은 메리를 만난다. 하지만 메리를 만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린 후 시간이 흐른 것이기에, 그녀는 팀을 기억하고 있지 못했다. 게다가 그 짧은 기간에 메리는 그새 남자친구가 생긴 상태였다. 그녀를 놓칠 수 없던 팀은 메리가 남자친구를 만들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렸고, 그녀를 다시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메리와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팀은 그의 첫사랑이었던 샬럿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샬럿과 저녁 식사를 하고 샬럿의 집 앞에 선 팀. 샬럿은 안으로 같이 들어갈 것을 은연중에 제안하지만, 팀은 거절하며 메리가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팀은 메리에게 청혼을 한다.
비바람이 불었지만,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결혼식을 마친 팀과 메리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태어난다. 한편, 메리와 자신의 딸인 포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자신과 달리 자신의 여동생인 킷캣은 런던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킷캣의 남자친구 마저 여동생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킷캣은 점점 술에 의존하게 되었고, 술 기운에 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내고 만다. 자신의 여동생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던 팀은 시간을 되돌려 킷캣이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그 남자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과거를 바꾼다.
다시 밝아진 여동생의 모습을 보며 안도하며 집으로 돌아온 팀. 집에 돌아오니 자신의 딸인 포지가 사라지고, 다른 남자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되어있었다. 여동생을 구원하고자 과거를 바꾼 까닭에 자신의 딸인 포지를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팀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 여동생과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만나는 원래의 과거대로 원상복구를 시킨다. 자신의 딸인 포지는 돌아왔지만, 몸과 정신이 망가진 여동생을 다시 마주 해야 했기에 심란해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킷캣이 직접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기에 팀과 메리는 킷캣을 기다려주고, 킷캣은 남자친구와의 연을 끊고 다시 일어날 것을 다짐한다.
메리, 포지와 함께 다시 일상을 보내던 팀에게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온다. 고향으로 돌아간 팀은 아버지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언제든 시간을 되돌려 서로를 만날 수 있는 팀과 그의 아버지였지만, 만남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그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이후 팀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시간을 되돌려 아버지를 만나고 오던 팀이었다. 그런 그에게 아내 메리는 둘째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시간을 되돌려 아버지를 만나면, 태어난 아이가 바뀌기 때문에, 둘째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이제는 아버지와 영원한 작별을 해야한다는 의미였다.
고민 끝에 팀은 메리, 포지와 함께 살아갈 둘째 아이를 갖기로 결심하고, 시간이 흘러 둘째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때가 되었다. 팀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언제나처럼 유쾌하게 팀을 맞이하던 아버지는 팀이 어쩐지 다른 모습임을 느끼고, 지금 이 만남이 아들과의 마지막 만남임을 알아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팀은 아버지와 함께 자신의 어렸을 적으로 시간을 되돌려 아버지와 즐거웠던 추억을 다시 한번 회상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팀에게 시간 여행을 어떻게 사용하면 인생을 더 잘 살 수 있는지 말해준다. 아버지는 팀에게 같은 하루를 시간을 되돌려 다시 한 번 살아볼 것을 이야기한다. 같은 하루를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면서 느끼지 못했거나, 저질렀던 실수들을 만회하며 하루를 즐기는 팀이었다.
메리와 포지, 그리고 둘째 아이와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던 와중 메리는 셋째 아이를 갖자고 제안한다. 셋째 아이까지 태어나며 팀과 메리 그리고 그의 아이들은 조금은 정신없어도, 행복을 느끼며 하루 하루를 보낸다.
이제 팀은 시간을 되돌리지 않고, 하루 하루 그 자체를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기 시작한다. 하루하루의 순간들은 고스란히 소중하게 느끼며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내게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영화이다.
내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때의 나는 20대이기도 했고, 내 몸뚱이 하나도 책임을 못 지는데 가족을 만들면 짊어져야 할 책임이 너무나도 무거울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도 가족을 만들어 저렇게 소소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는 영화 중 레이첼 맥아담스(메리 역) 가 블라인드 식당에서 나오면서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영화를 당시 여자친구(현 와이프)와 보았는데, 레이첼 맥아담스가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당시 여자친구(현 아내)의 얼굴이 오버랩됐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메리는 내 여자친구가 되고, 나는 팀이 되어 영화를 감상했었다. 그리고는 세 아이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준 뒤 올라오는 엔딩 크레딧을 보며, 나도 저런 삶을 살 리라 하고 남모르게 다짐했었다.
이후 나는 이 영화를 정말 수도 없이 봤다. 특히, 팀과 메리의 결혼식 장면을 좋아해서, 메리가 입장할 때 나오는 노래인 "Jimmy Fontana의 II Mondo"를 내 결혼식 때 신랑 입장곡으로 쓰고 싶었을 정도였다.
그렇게나 이 영화를 많이 보았음에도 이제는 여자친구가 아닌 아내가 된 사람과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참 재밌기도 했고,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그리고, 약 10년 전 이 여자와 영화를 보면서 다짐했던 나 혼자만의 꿈을 이 여자와 결혼을 하고 자몽이가 태어남으로서 조금씩 이뤄가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뿌듯한 마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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